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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투하 기념식을 보며
이나라 저나라 정치 |
2008/08/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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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날이다. 정확히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NHK뉴스를 틀었더니 기념식을 하고 있었다. 올해도 변함 없이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에 총리와 장관 몇 명과 몇몇 나라 외교관들이 가서 앉아있고, 올해도 변함 없이 남학생 여학생이 한 명씩 단상에 올라가 핵폭탄 영구폐기와 평화를 부르짖고, 올해도 변함없이 왜 그런 끔찍한 결과가 일어났는지 그 역사적 과정과 맥락에 대한 숙고 같은 건 없이 피해 그 자체만 비장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비단 원폭 기념일 기념식장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한 시간 내로 끝내야 하는 기념식에 그런 복잡한 얘기는 할 여유가 없다 치자. 박물관이나 기념관이라면 오전 8시 15분 그 순간에 일어난 비극 뿐만 아니라 그 전후좌우의 배경과 인과관계와 교훈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내 희망이 지나쳤음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기념관에서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짚더미에서 바늘 찾는 심정으로 성찰의 목소리를 찾는 가운데에 그나마 히로시마 기념관에서는 원폭 투하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을 심히 건조한 톤으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나가사키는 아예 그 마저도 없었다. 전시의 시점은 폭탄 떨어지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르는 후유증만을 언급할 뿐이다 (적어도 내가 갔던 2004년 겨울엔 그랬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히로시마 기념관에서 발견한 단순한 연표에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 슬펐다.
역사적 성찰은 어떤 의미에서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제대로 하자면 덴노(천황)의 책임이 거론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 종료후 미군 점령기에 미 정부의 정책에 의해 (맥아더와 미국의 친일 일본학자들의 권고로) 히로히토의 전쟁책임이 완벽하게 면제되었고, 덴노의 책임을 논하는 것이 터부가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일본인의 역사적 성찰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덴노 뿐만이 아니라 현재 일본 엘리트 지배세력의 뿌리 또한 태평양 전쟁을 주도하고 지원하던 지배세력이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들의 반공적 입장을 편리하게 생각한 미국이 일본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면죄부를 주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베신조, 아소타로 등의 조부, 증조부들도 직간접적으로 일제의 야욕에 기여한 자들이다..)
성찰의 대상이 현 일본 사회의 제일 윗층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국가적 성찰이 이루어질리 없다. 원폭 피해자로서의 관점만 기형적으로 확대될 뿐이다. 피해자들이 불쌍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핵무기는 없애야 하고 평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왜? 어쩌다? 거기서 우리가 배운 것은? 앞으로는 어떻게? 역사에 대한 심도있는 학습과 함께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일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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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에 관한 단상
일본 모노가타리 |
2008/08/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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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치면 종합전시장 코엑스에 해당하는 도쿄국제전시장 빅사이트에서 어제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났다. 대형 에스컬레이트가 급정지하는 바람에 타고 있던 60여명이 쓰러지면서 10여명이 경상을 입은 것이다. 그나마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만 에스컬레이터 한 줄에 60명이나 타고 있었다니 난 그게 신기했다.
다행히(?) 사고난 에스컬레이터는 닛폰오티스로, 미국 오티스의 자회사이되 출자의 대부분은 마쓰시타를 비롯한 일본 대기업들이 주주인 실질적인 일본기업이다. 내가 '다행'이라 일컫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전에 엘리베이터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는데 그 엘리베이터가 스위스 기업 쉰들러의 제품였고, 그 사건으로 인해 쉰들러는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완전히 잃고 거의 철수할 뻔했던 역사가 있다. 잘못한 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니 자승자박이라 치자. 그러나 언론의 집중공격은 외국기업이기에 더욱 혹독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당시 내가 경악한 것 중 하나는 TV뉴스에서 오직 쉰들러 제품의 전세계 사고빈도수만을 보도하면서 다른 국내외 회사 제품의 사고 빈도와 비교한다던가 전체 제품 중 사고율을 제시, 비교한다던가 하는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 실제로 일본제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도 사고빈도가 결코 낮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시청자는 외국제품 사고의 절대 빈도수만 보면서 "오.. 저렇게 사고가 많아? 외국 기업 못써.. 역시 일본기업이 최고야.." 이러고 앉아있는 것이다. 방송인들이 수치분석의 기초도 모르던가 아니면 국가주의에 기초한 조직적인 외국기업 물멕이기라고 할밖에.. 어느 쪽이든 둘 다 바람직한 언론인의 모습은 아니라고 봄..
*** 오늘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인가 타고 오르내렸는데 이전에 못 보던 현상이 내 눈에 잡혔다. 타고 있던 사람 중 세 명
중 두 명 가량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건 분명 어제
뉴스의 영향이로세. 나도 괜시리 걱정이 돼 슬그머니 손잡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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